제발 내 카드만 보지 말자 (핸드 vs 핸드 사고방식의 함정)

제발 내 카드만 보지 말자 (핸드 vs 핸드 사고방식의 함정)

수딧 1 4 0 0

1. '핸드 vs 핸드' 사고방식: 눈앞의 나무만 보는 플레이

상황: 내가 UTG에서 AdJh로 오픈, BB가 콜.

플랍:  Kc 8d 4h
 

'핸드 vs 핸드' 사고방식에 갇힌 플레이어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탑 페어도 못 맞췄고, BB는 K을 맞췄을 수도 있잖아. 내 A 하이는 아무것도 아니네. 괜히 팟 키우지 말고 안전하게 가자. 체크, 혹은 상대가 벳하면 폴드."

이 결정의 근거는 오직 '내 손에 들린 AJ'과 '상대가 가졌을지 모르는 특정 핸드(Kx)'뿐.

하지만 이 접근법은 두 가지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
 

i) 나의 전체적인 유리함을 무시합니다:

나는 UTG에서 오픈했습니다. 내 레인지(가능한 핸드 범위)에는 AA, KK, QQ, AK, AQ 등 강력한 핸드들이 상대(BB)보다 훨씬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면, BB는 넓은 핸드로 방어했기 때문에 75s, 68s, Ax, Jx 같은 약한 핸드의 비중이 훨씬 높음.
즉, 이 보드는 특정 핸드(AJ)로는 아무것도 맞추지 못했지만, 나의 전체 레인지가 상대의 레인지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

 

ii) 상대의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Kx를 가졌을 확률도 있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맞추지 못한 수많은 Ax, Qx, Jx, 수많은 미스 드로우를 가지고 있을 확률도 매우 높습니다.
상대는 나의 C-bet에 폴드해야 할 핸드가 훨씬 더 많습니다.

결국 '내 AJ라는 핸드 하나에 갇혀, 레인지 전체의 우위를 활용해 상대를 압박하고 팟을 가져올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셈.
리스크를 줄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장기적인 EV를 심하게 깎아먹는 리크가 된다



2. '레인지 vs 레인지' 사고방식: 숲을 보며 길을 찾는 플레이

그렇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바로 '레인지 vs 레인지'입니다.

이것은 "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핸드 조합""상대가 가질 수 있는 모든 핸드 조합"을 비교하여 현재 상황의 유불리를 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액션을 결정하는 사고방식입니다.

다시 위 예시 상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UTG-Hero)의 레인지:
매우 강력하고 타이트합니다. AA, KK, QQ, JJ, AK, AQ 등 프리미엄 핸드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플랍에 K이 깔렸을 때, 우리는 AK, KK 같은 몬스터 핸드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습니다.
 

상대 (BB)의 레인지:
매우 넓고 약한 핸드가 많습니다. Kx의 숫자 자체는 비슷할 수 있어도, 전체 레인지에서 Kx가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오히려 하이핸드로 끝나는 8x, 4x, Ax, Qx, Jx 같은 약한 핸드들의 비중이 훨씬 높습니다.
 

이 구도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플랍은 Kc 8d 4h . 이 보드는 내 UTG 레인지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때문에 이 플랍에서 벳을 자주 해야 한다. 내 핸드가 AJ이라 당장은 플랍에 맞지 않았지만, 내 레인지의 강력함을 대변해 C-bet을 하면 상대의 수많은 약한 핸드들을 폴드 시킬 수 있다. 또한, 턴에 A, Q, T, J가 뜨면 이길 확률이 높아지므로 세미 블러프로도 기능할 수 있다. 설령 상대가 콜하더라도, 캡(Capped)된 레인지를 가진 BB는 8x같은 세컨 페어 정도로도 큰 압박을 느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레인지 사고방식입니다. 내 손의 AJ은 블러프이지만, 내 레인지 전체를 생각하면 이 벳은 매우 논리적이고 강력한 '밸류 벳'처럼 보이게 되고, 상대는 적절히 대응하기 까다로워집니다.


 

3. 레인지의 차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포커의 모든 액션은 '레인지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i) 벳 사이즈를 결정합니다: 레인지 우위가 클수록 우리는 더 크거나, 더 자주 벳할 수 있습니다.

ii) 벳 빈도를 결정합니다: 상대 레인지에 약한 핸드가 많을수록, 우리는 블러프를 포함한 벳 빈도를 높여 상대를 끊임없이 괴롭힐 수 있습니다.

iii) 폴드 빈도를 결정합니다: 반대로 우리의 레인지가 불리한 보드(예: 낮은 커넥트 보드)에서는 무리한 블러프를 줄이고 더 자주 포기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레인지의 차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포지션의 차이:
얼리 포지션(UTG)일수록 좁고 강한 레인지, 레이트 포지션(BTN)이나 블라인드일수록 넓고 약한 레인지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레인지 차이의 시작입니다.
 

상대의 성향:
상대가 루즈 패시브(Limp/Call 위주)인지, 타이트 어그레시브(TAG)인지에 따라 우리의 레인지 전략도 달라져야 합니다.


상대의 액션:
프리플랍에서 상대가 오픈을 했는지, 3-BET을 했는지, 아니면 콜만 했는지에 따라 상대의 레인지는 크게 달라집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는 플랍 이후의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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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나오는 반론에 대한 짧은 답


Q1.
AJ 예시처럼 제가 보드를 완전히 놓쳤을 때, 상대의 리레이즈가 두려워 벳하기가 어렵습니다. 블러프가 실패하고 상대가 콜만 해도 다음 스트릿(턴, 리버)에서는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A.
핵심은 '모든 팟을 이기려 하지 않는 것'. C-bet(지속 베팅)의 목적은 내 레인지의 강력함을 대변하여 상대가 가진 수많은 약한 핸드를 지금 당장 폴드시키는 데에 있습니다. 만약 상대가 콜한다면, 우리는 턴 카드를 보고 다시 계획을 세웁니다.
턴에 A, Q, T, J처럼 우리의 에퀴티(승률)를 향상시키는 카드가 떨어진다면 한 번 더 베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레인지 기반의 블러프는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는 '시도'이지, 모든 판을 이기는 '마법'이 아닙니다.
 

Q2.
상대가 아무 핸드로 콜만 받아먹는 '콜링 스테이션'일 때도 레인지 전체를 생각하며 블러프하는 것이 유효한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레인지 vs 레인지 전략의 가장 큰 장점은 상대의 스타일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Adjustment)'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상대가 폴드를 거의 하지 않는 플레이어라면, 전략을 수정해야 합니다. 콜링스테이션을 상대로는 블러프의 비중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대신 우리가 강한 핸드를 잡았을 때 더 큰 사이즈로, 더 집요하게 밸류 벳을 해야 합니다. 즉, '레인지 사고'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레인지가 매우 넓고 약하며, 폴드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의 액션을 최적화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레인지 사고방식의 정수입니다.
 

Q3.
반대로 제가 셋(Set) 같은 강력한 핸드를 맞췄지만, 보드가 제 레인지에 불리해 보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예: UTG 오픈 후 7-6-5 플랍에서 77을 들고 있을 때)

A. 여기에 풀기는 길어서 나중에 따로 다룸



실전 적용을 위한 결론 및 요약

'핸드 vs 핸드' 사고방식은 포커를 단순한 '카드 맞추기 게임'으로 전락시킵니다. 하지만 '레인지 vs 레인지' 사고방식은 포커를 '정보와 논리의 싸움'으로 격상시킵니다.

 

실전 적용 체크리스트:
 

프리플랍부터 레인지를 그려라: 내가 특정 자리에서 오픈할 때, 나는 어떤 핸드들로 플레이하는가? 나를 콜한 상대는 어떤 핸드들로 콜하는가? 머릿속에 두 개의 범위를 올려두고 시작하세요.
 

플랍이 누구에게 유리한지 판단하라: 플랍이 깔리면, "내 핸드가 맞았나?"를 먼저 묻지 말고, "이 보드가 내 레인지와 상대 레인지 중 누구에게 더 유리한가?"를 먼저 질문하세요.
 

지금 내 핸드는 레인지의 '대변인'일 뿐이다: 내 손에 들린 두 장의 카드는 내 전체 레인지 중 하나의 샘플일 뿐입니다. 그 핸드가 약하더라도 내 전체 레인지가 강하다면, 그 강함을 대변하여 과감하게 액션 하세요.
 

물론 레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활용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습니다. 꾸준한 공부와 복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사고방식의 전환이야말로, 여러분을 '그저 운 좋은 플레이어'에서 '생각하는 실력 있는 플레이어'로 만들어 줄 가장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1 Comments
최뻥카 3시간전  
잘읽고가요 굿~